방구석 투어 / 영국 박물관(대영 박물관) - 바빌로니아편 3부

 

최근에는 자료의 홍수 속에서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인정받는 시대에 살고 있는 거 같습니다. 사실 창작이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창작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과거 살아온 인생을 표명하는 것이기에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완전히 똑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겠지요. 선대의 앞서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들에서 내 것이 한 겹 덧칠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유물을 보는 관점도 사람마다 모두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기에 역사를 다룬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여러 개의 선이 겹치는 복선이 무엇인가를 확인하면서 유물이 알려주는 의미를 찾는다면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바빌로니아 3부를 통해 마지막 유물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유물은 나보니두스 실린더(Cylinder of Nabonidus)로 알려진 점토 설형 문자 비문입니다. 이 비문은 1854년 우르에서 4개가 발견되었는데요 모두 영국 박물관에 있습니다. 이 실린더에는 나보니두스의 세 개의 신전을 수리하는 방법이 설명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실린더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성서 다니엘서에 나오는 바빌로니아의 마지막 왕인 벨사살(Belshazzar)이 어떠한 점토판이나 비문에 나오지 않아서 실존 인물이었는지 의문이 많았었는데요 이 실린더의 내용이 번역된 1924년에 벨사살(Belshazzar)의 이름이 확인되었습니다. 내용을 기술하자면 "장남인 벨사살에게 당신(나보니두스)의 위대한 신격에 대한 존경심을 심어주십시오"라고 되어 있습니다.

벨사살(Belshazzar)은 바빌로니아 제국의 다섯 번째 왕인 라바시마르둑(Labashi-Marduk)이 집권 중일 때 아버지인 나보니두스(Nabonidus)를 집권할 수 있도록 한 쿠데타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라바시마르둑의 재산을 몰수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왕으로 선포하면서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되었는데요 나보니두스가 10년간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라비아의 타이마에 있는 동안 벨사살은 왕세자로서 바빌로니아 제국을 공동 통치하였습니다. 그는 키루스 대왕에 의해 수도 바빌론이 함락될 때 살해되었습니다.

 

나보니두스 실린더에서 조금만 왼쪽으로 가보면 1870년에 발굴된 네부카드네자르의 오른팔(Nebuchadnezzar's Right Hand Man)이라는 작은 점토판이 있는데요 바빌로니아의 수석 궁전 관리(환관)인 느보-사르세킴(Nebo-Sarsekim) 서판입니다. 이 점토판에는 마르둑 신전으로 느보-사르세킴이 금을 전달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는데요 네부카드네자르 통치 제10년 11번째 달 18일 자로 신전에 금을 바친 정확한 날짜가 새겨져 있습니다. 일종의 영수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서판에도 성서에 나오는 인물이 나오는데요 예레미야 38:3에 나오는 바빌로니아 관원인 느보-살스김입니다. 이 서판의 날짜는 예레미야의 기록으로부터 불과 8년 전이고 수석 궁전 관리(랍사리스)의 높은 지위와 희귀한 이름 등 모든 상황이 거의 동일 인물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고대에는 신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에 포함하여 지었는데요 예를 들어 네부카드네자르([Nebu]chadnezzar), 나보폴라사르([Nabo]polassar), 나보니두스([Nabo]nidus)등도 나부(Nabu) 신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금 전에 봤던 느보-사르세킴의 서판 바로 옆에는 바빌로니아 연대기(Babylonian Chronicle)가 있습니다. 바빌로니아 제국에서는 군사적 승리, 기념비적인 건축 활동, 종교 문제, 왕의 포고문 같은 것을 공식 기록으로 보관하는 서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록을 '바빌로니아 연대기'로 불리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이 문서에서는 갈그미스 전투와 예루살렘 포위 공격과 같은 네부카드네자르(느부갓네살)의 군사 작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본몬의 내용은 네부카드네자르 제7년에 군대를 이끌고 '유다 성'(예루살렘)을 포위하고 정복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왕(여호야김)을 사로잡아 가고 자기가 택한 왕(시드기야)을 세우고 조공을 받고 바빌론으로 돌아온 내용입니다. 이 내용은 성서의 역사와(열왕기하 24:10-18; 역대기하 36:9-11; 예레미야 37:1; 에스겔 1:2, 17:12-13) 동일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지금 보는 비문의 이름은 '바빌론 마지막 통치자'(The last Babylonian ruler)입니다. 바빌론 마지막 왕인 나보니두스는 이전 왕족과의 혈연관계나 지위가 명확하지 않기에 기존 바빌로니아 왕들의 칼데아 왕조와는 관련이 없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는 어쩌면 왕족과의 사돈 관계일 것으로 보이는데 네부카드네자르의 딸과 결혼했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나보니두스의 어머니인 하란 출신의 아다고페(Addagoppe)와 아버지인 나부발라츠이크비(Nabu-balatsu-iqbi) 역시 바빌로니아 인이 아닌 아시리아인이나 아람 사람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역사가들은 어쩌면 그들이 사르곤 왕조의 계통일 수도 있다고 추측합니다. 그의 비문 중에는 심지어 이런 내용도 있는데 '나는 형제가 없는 외아들 나보니두스다. 내 마음에는 왕권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라고 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쿠데타의 주동자인 아들 벨사살이 연로한 아버지를 왕으로 앉히고 섭정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키루스 대왕에 의해 바빌론이 함락된 뒤에는 벨사살은 살해되었만 나보니두스의 삶도 확실하지 않은데요 제국의 왕으로서의 힘과 지위는 상실되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지금 보시는 유물은 네부카드네자르(느부갓네살)의 건축을 묘사하는 원기둥입니다. 그는 다양한 건축 활동을 했는데요 원기둥에서는 바빌론과 보르시파 사원과 지구라트의 복원을 포함한 다양한 건축 활동에 대한 왕의 작업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아버지의 궁전이 홍수를 피해를 입었기에 수리하고 확장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의 건축물 가운데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리는 바빌론의 공중정원이 있는데요 당시 왕비였던 '아미티스'가 고향 메디아의 녹음과 수목들을 그리워해서 지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공중정원에 대한 유물이나 유적이 남아있지 않기에 그저 상상 속의 건축물인지 실제 존재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고고학자들은 아시리아의 수도였던 니네베에도 산헤립이 거대한 운하를 만들어 정원을 꾸몄다는 점을 볼 때 충분히 공중 정원이 존재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부카드네자르는 종교심이 강한 사람으로서 수많은 신전을 세웠는데요 특히 바빌로니아의 주신인 마르둑을 위한 신전에 정성을 들였습니다.

 

이제 바빌로니아와 관련된 마지막으로 유물을 보실 텐데요 원기둥이 있는 선반 가장 오른쪽에 있는 점토판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유물은 바빌로니아 마지막 왕인 나보니두스 사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나보니두스 연대기입니다. 다른 바빌로니아 연대기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고 있는데요 바빌로니아의 몰락 역시 기록되어 있으며 키루스 왕에 대한 미화가 있는 것으로 볼 때 페르시아 서기관들이 기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내용은 바빌로니아의 마지막 왕인 나보니두스의 등장과 함께 시작합니다. 그런데 시작 부분의 기록할만한 주요 사건들이 없었고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 언급할만한 내용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벨사살을 가리키는 것과 같은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1 난 8행의 내용은 '황태자가 아카드[바빌로니아]에 있었'지만 나보니두스 자신은 아라비아에 있었다는 내용이 여러 차례 나옵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키루스 대왕이 바빌로니아를 정복했을 때의 해인 나보니두스 통치 마지막 해(율리우스력 : 기원전 539년 10월 11일)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페르시아인들이 나보니두스의 군대를 격파한 후 후퇴하는 바빌로니아군을 학살하고 약탈하는 오피스 전투의 장면을 간결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죽은 키루스 대왕의 아내에 대한 긴 애도 기간과 키루스의 아들인 캄비세스에 대한 언급으로 끝이 납니다. 

 

이렇게 바빌로니아의 유물과 기록을 살펴보았는데요 며칠 쉬었다가 바빌로니아의 멸망 이후에 제국으로 부상한 페르시아와 관련된 투어를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