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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투어 / 영국 박물관(대영 박물관) - 바빌로니아편 1부

by 톡톡오늘 2021. 12. 22.

수많은 나라들의 흥망성쇠를 보면 우리들의 인생도 그러한 작은 사회 안에서 연속인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나이가 들어가면서 크고 작은 조직 생활 안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조직 사회부터 지금은 명맥만 이어오는 조직 등이 있지만 사람이 모여 만든 조직이라는 것은 결국 없어지기 마련인 거 같기도 합니다. 어떤 분은 살면서 어려움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하지만 그런 분들조차 나이가 들고 몸이 쇠약해지면서 인생의 흥망성쇠를 경험하고 있지 않을까요? 이제 고대 세계에서 짧고 굵게 큰 획을 그었던 한 왕국을 살펴볼까 합니다. 독일의 페르가몬 박물관에 있는 파란색 벽돌로 복원된 이슈타르 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은 없어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은 거의 없으실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대해 거론되면서 상상력 가득한 고대 세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국가인데요 바로 바빌로니아 제국입니다. 이제 영국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바빌로니아의 유물들을 하나씩 열어보면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1층의 Great Court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집트 편과 아시리아편에서는 계속 왼쪽 방향으로 돌았는데요 이번에는 오른쪽 방향으로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른쪽에는 영국 박물관에서 가장 큰 방인 1번 계몽(Enlightenment)이라는 방입니다. 이 방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1번 방 가운데로 들어가 왼쪽으로 돌아서 가면 로제타석 복제품이 보이는데요 이 돌을 보니 계몽이라는 방의 의미가 이해가 됩니다. 고대부터 있던 상형문자와 설형문자들을 연구하고 해석하면서 과거의 비밀들에 대해 이해가 풀려왔는데요 고고학이라는 것은 그냥 땅속에 있는 물건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분석과 고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1번 방의 유물은 마치 계단을 하나씩 올라갈 때 더 멀리 보이는 것처럼 계단의 디딤돌 역할을 했던 것을 전시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1번 방에는 바빌로니아와 관련된 유물이 있는데요 복제된 로제타석 바로 뒤에 벽장에 보시면 벽돌 같은 것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벽돌은 고대 바빌로니아 제국의 건축 프로젝트에 사용되었던 벽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벽돌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요 이 벽돌에는 바빌론의 공중정원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한 네부카드네자르(느부갓네살)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의 건축 프로젝트에서 그는 약 1,500만 개의 구운 벽돌을 사용했는데요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의 이름과 칭호를 진흙에 새겨 넣었습니다. 여기에는 '네부카드네자르(느부갓네살)… 나는 바빌론의 왕 나보폴라사르의 맏아들이다.'라는 아람어 글자를 넣었습니다. 이 벽돌을 사용해서 거대한 계단식 사원인 지구라트를 짓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Great Court로 나가서 뒤쪽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뒷 문 중앙에 이스터섬의 모아이상이 보입니다. 이 석상을 뒤로한 채 방의 반대편으로 가면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이는데요 이 계단을 통해서 56번 방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56번 방 중앙쯤에 ‘바빌로니아인의 과학과 문학’이라는 자주색 배경의 벽장이 있는데요 중앙 오른편에 다음과 같은 점토판이 나옵니다. 이 점토판은 아트라하시스 서사시(Atra-Hasis Epic)라는 바빌론의 대홍수 전설을 담고 있습니다. 내용을 조금 소개하자면 신들을 위해 일하도록 인간을 창조했는데 인간이 많아지자 세상에 무질서와 혼돈이 오게 됩니다. 그래서 엔릴(Enlil)이라는 신이 인간을 멸망시키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또 다른 신인 엔키(Enki)에 의해서 번번이 실패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엔릴(Enlil)은 대홍수로 인간을 쓸어버리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엔키(Enki)는 인간들 중 일부가 홍수의 재앙을 피할 수 있도록 아트라하시스(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왕)에게 배를 짓는 것에 대해 조언을 합니다. 그리고 홍수가 끝나고 나서 아트라하시스는 홍수 중에 인간의 봉사를 받지 못한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인간은 다시 번성하게 되는데요 우주에서의 인간 지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아시리아편에서도 유사한 대홍수 이야기가 있었다는 점을 소개한 바 있었는데요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와 비슷한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대홍수 이야기가 전 세계에 비슷한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 참 흥미롭네요.

방금 전에 보았던 아트라하시스 서사시(Atra-Hasis Epic)가 있는 선반 반대쪽에 보면 다음의 유물이 보이는데요 이 유물은 간을 형상화한 점토 모형입니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간을 신성하게 여겼는데요 모든 활력과 감정과 애정의 중심이라고 믿었습니다. 이 모형은 사원에 있는 학교에서 발견되었기에 학생들에게 징조를 보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이 모형에는 점술가들이 사용하는 설형 문자로 된 글과 징조가 담겨 있습니다. 그들은 신들이 제물이 된 동물의 건강한 간을 통해 답을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유물은 양의 간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나뉘어 있는 있는 각 부분은 특정한 신을 상징하였습니다. 이 모형처럼 간을 통해서 날씨도 예측하고 병의 진행을 확인도 했습니다. 이러한 점괘에 대한 믿음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믿음인데요 지금도 풍수나 타로와 같은 다양한 점을 친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렇네요.

이제 점토판들이 있는 선반에서 오른쪽을 보면 다음의 큰 점토 석상이 나옵니다. 밤의 여왕(Burney Relife)이라고 알려진 이 석상은 날개가 달린 나체의 여신 형상인데요 부엉이와 두 마리의 사자가 앉아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 석상은 정확한 발견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신의 4단으로 된 뿔 왕관은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일반적인 신의 상징인데요 특히 뒤에 날개가 달린 모습과 사자는 이슈타르(Ishutar) 여신을 대표하는 한 가지 유형입니다. 이슈타르는 미와 연애, 풍요, 다산, 전쟁, 금성과 관련이 있는데요 이 여신을 성서에서는 아스다롯(Ashtaroth)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메소포타미아에 있던 수많은 이 여신과 관련된 신전에서 여성 사제와 매춘이 있거나 남자들의 동성애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고대 종교가 매춘과 관련이 많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슈타르가 부활절(Easter)과 이름이 비슷하기에 관련이 있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의견으로는 부활절은 앵글로색슨족의 신화에 나오는 에오스트레(Eostre) 여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제 옆에 있는 55번 방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55번 방으로 넘어가면 왼쪽에 두 자루의 검이 보이실 텐데요 지금 보시는 검은 바빌로니아 군대의 청동검입니다. 검이 이란에서 발견될 때 단검의 비문에는 바빌로니아 왕의 장군인 샤마쉬킬라니(Shamash-killani)의 재산임을 나타내는 바빌로니아 설형 문자가 나왔는데요 이 물건은 왕실의 일원에 의해서 사용되다가 그의 무덤에 보관되었을 수 있습니다. 칼은 오랜 기간 사용했던 흔적이 발견되었는데요 칼날이 심하게 마모되었다가 반복해서 다시 날카롭게 갈았던 흔적을 확인됩니다. 한쪽 면에는 왕 마르둑나딘아히(Marduk-nadin-ahhe)의 재산이라고 새겨져 있습니다. 고대에는 마르둑(Marduk), 나부(Nabu)등과 같은 신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에 포함시켰는데요 예를 들어 네부카드네자르([Nebu]chadnezar), 나보니두스([Nabo]nidus)등과 같은 이름에서도 확인이 됩니다.

두 자루의 검을 따라 오른쪽 벽장 가장 안쪽에 지금 보시는 유물이 보이는데요 바빌로니아 왕인 네부카드네자르 1세(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네부카드네자르 2세보다 500년전의 왕) 시절의 슈티마르두크(Schitti-Marduk)라는 인물의 석회암 경계석(Kudurru)입니다. 여섯 개의 등기부로 이루어진 다양한 부조가 있는데요 이 부조는 신의 상징을 보여줍니다. 그 가운데서도 맨 꼭대기에 있는 부조는 달의 신인 신(Sin), 태양의 신인 샤마쉬(Shamash), 그리고 지구의 신 이슈타르(Ishtar)로 삼위일체 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대 세계에서는 각 지역마다 삼위일체 신이 있었는데요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지 삼위일체의 형태와 구조를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 경계석은 토지의 소유와 특권을 기록한 것으로서 세금 면제 혹은 신의 저주나 보호, 토지 양도, 군복무 등과 관련된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고대 세계에서도 소유지에는 구획을 정확하게 표시하였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바빌로니아편 유물을 함께 보고 있는데요 짧았던 제국의 기간이었던 만큼 관련된 유물도 많이 남아있지는 않기에 3부작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하지만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에서는 바빌로니아 제국에 대한 좀더 웅장한 유물을 볼 수 있습니다. 페르가몬 박물관도 연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2부에서는 그 박물관에서 빌려온 유물을 포함해서 다양한 유물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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