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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투어 / 영국 박물관(대영 박물관) - 그리스편 3부

by 톡톡오늘 2022. 1. 3.

올림픽이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올림픽이 시작된 유래는 모르는 분들도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운동 경기가 죽은 사람들의 영을 기쁘게 해 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종교와 스포츠를 혼합한 국가적 차원의 축제를 열었습니다. 그러한 여러 행사들 가운데 그리스 신들의 왕으로 여긴 제우스를 기리는 올림픽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초기 올림픽은 도보 경주라는 한 종목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전차 경주나 혹독한 지구력을 시험하는 경기가 추가되었고 운동선수와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 대회 전후로는 휴전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로마가 패권을 잡은 이후로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로마 황제인 테오도시우스가 이교의 축제를 금지하면서 함께 쇠퇴했는데 바롱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라는 프랑스인이 올림픽의 부활을 제의했고 1896년 아테네에서 최초의 근대 올림픽이 열린 이후로 몇 번을 제외하고는 고대에서와 같이 4년마다 계속 열리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그리스 유물들을 소개하면서 올림픽과 관련된 것들도 추가로 몇 가지 함께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부에서는 지하에 있는 곳까지 구석구석 다녀봤는데요 이제 다시 올라와서 아테네(Athens)라고 되어 있는 19번 방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왼쪽에는 2부에서도 봤던 알라바스트론(설화 석고병)이 보이는데요 이 문화재에 대한 대영박물관의 설명에 따르면 1850년대와 1870년대 사이에 로도스의 영국 대사이자 영국 박물관의 유물을 수집했던 찰스 뉴턴의 대리인 역할을 한 잘츠만이 수집(도굴)해서 가져온 것으로 되어 있는데요 여러 경로를 거쳐서 영국으로 귀화한 이탈리아인인 고고학자 알프레드 빌리오티(Alfred Biliotti)라는 크레타섬 영사관을 통해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가져온 유물이 상당히 있었던 듯합니다. 설화 석고병은 말 그대로 꽃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대개는 지금 보는 것과 같은 흰색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알라바스트론은 나중에 그리스 도자기의 주요 유형이 되었습니다.

 

옆에 조금만 가면 보이는 이 거울은 2부에서 봤던 거울과 같은 청동 거울인데요 2부에서 소개된 바와 같이 카리아티드(Caryatid) 형식 디자인의 거울입니다. 기원전 400년경에 만들어진 이 거울은 승리의 여신인 니케(Nike)를 새겨 넣은 청동 거울의 이미지인데요 아마도 아름다움의 승리를 의인화해서 날개 달린 모습으로 지탱하는 느낌을 주었을 것입니다. 아래 손잡이 부분은 현재 없어졌는데요 아마도 상아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니케(Nike)는 미국의 나이키사의 이름에 모티브가 되기도 했는데요 경쟁 속에서 신과 인간의 우수성을 판단하는 여신으로도 묘사되기에 전쟁 혹은 올림픽에서 승리를 가져다주는 신으로서 여기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하계 올림픽 메달의 앞면에는 니케의 이미지가 항상 들어가도록 규정되어 있는데요 동계 올림픽은 주최국이 원하는 대로 넣을 수가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역대 올림픽 메달 디자인을 개인적으로 검색해보실 수도 있겠네요.

 

이제 건너편 벽장 가장 모서리에 붙어 있는 유물을 같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운데서는 잘 안보일 수도 있기에 벽장 반대편으로 가면 더 잘 보일수도 있겠네요. 지금의 유물은 포도주의 신인 디오니소스(Dionysus)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점토인 테라코타 형식으로 기원전 380-36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신의 흉상에서는 달걀과 포도주 항아리를 들고 있는데요 달걀을 들고 있는 모습은 왼쪽의 다른 디오니소스 흉상에서도 볼 수가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는 우주의 근원이 빛나는 우주 알(Orphic Egg)에서 부화한 것이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디오니소스도 그러한 알을 들고 있네요. 여기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는데 다산의 의미에 더해서 인간 영혼이 죽지 않고 윤회한다는 사상이 들어있는데요 디오니소스가 신화 속에서 ‘두 번 태어난 신’, ‘경계를 넘나드는 신’이라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러한 듯합니다. 이러한 사상이 현대 종교의 특징으로 발전하게 되는데요 부활절에서 사용되는 달걀이 어디에서 유래하게 되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제 17번 방으로 내려오면 중간에 뚫려 있는 그리스와 로마 조각품이라는 23번 방으로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방에 들어서서 이오니아식 기둥이 양옆에 서 있는 통로 오른편 쪽에 있는 대리석 상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오른쪽 기둥 앞에 포도를 들고 있는 나체의 남성 대리석상이 있는데요 아프리카의 리비아에서 발견된 유물입니다. 앞서 한번 언급된 디오니소스(Dionysus)입니다. 그는 포도주뿐만 아니라 광기, 축제, 풍요, 야성, 다산의 신이기도 한데요 디오니소스를 고대 그리스에서는 종종 해방자라는 의미의 엘레우테리오스(Eleutherius)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디오니소스 가지고 특징인 축제, 포도주와 같은 것들이 사회에서 소외된 하층민들에게 사회적 제약이 없이 해방감을 주기 때문에 그러한데요 이 신은 이후에 로마 신화의 바쿠스(한국에서 널리 마시는 자양강장제인 그 박카스가 맞습니다)와 동일시되면서 나중에는 과격한 축제 행위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후에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이교 숭배 행위를 금지하면서 이러한 축제 역시 점점 쇠퇴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흥청망청한 파티는 세계 전역에서 즐기는 하나의 요소이기도한데요 사람들은 이런 해방감을 주는 삶에 대해 동경한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동상 옆에 있는 흉상은 젊은 헤라클레스 혹은 운동 선수의 동상에서 대리석 머리 부분입니다. 이 흉상은 기원전 2세기경에 로마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요 이 흉상 이전에는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원본이 따로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원본에서는 귀가 약간 부어 있는데요 복제본에서는 정상적인 모습으로 보이네요. 머리의 형태와 비율을 보면 강한 남자의 힘이 느껴지는 흉상이네요. 모든 대회의 기본 종목으로는 달리기, 레슬링, 권투, 원반과 창던지기, 병거 경주 등의 시합을 하였는데요 열 달간의 엄격한 훈련 계획에 따르기로 서약하고 훈련에 선수들의 시간 대부분을 사용했습니다. 훈련받는 사람들은 종종 실제 대회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연습했는데, 달리기 선수들은 발에 무거운 것을 차고 훈련했고 권투 선수들은 무거운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였습니다.

 

복싱 선수 오른쪽에 있는 이 동상은 리본을 머리에 묶고 있는 젊은 선수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방금 전에 대회에서 우승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젊은 선수가 어떤 대회에서 우승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유형의 운동선수는 그리스 미술에서의 공통된 모습이기도 합니다. 고대 작가들에 따르면 조각가 페이디아스가 머리에 리본을 묶는 승리한 소년의 동상을 올림피아에 헌정하였다고 합니다. 이 대리석 동상의 원본은 그리스에서 기원전 430년경에 청동으로 만들어졌고 이후에 기원 1세기 중반에 로마 버전으로 다시 복제되어 만들어졌습니다. 원본 청동상에는 없지만 아래 보이는 복제본에는 야자수가 보이는데요 야자수의 잎은 스포츠에서의 승리를 의미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월계수나 올리브 잎으로 만든 면류관을 승자에게 주었습니다. 고대 올림픽에서는 여러 종목이 있었지만 주된 종목은 달리기였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어려운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요 성공한 운동선수들에게는 부자들로부터 큰 선물을 받기도 했었고 부자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달리기를 스포츠로 발전시키면서 과학과 철학의 정교한 분야로 발전시켰습니다. 하지만 여기 동상으로 만들어진 고대 올림픽의 승자들은 이름도 기억되지 못했는데요 생각해보면 불과 30~40년 전에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땄던 사람들의 이름도 검색해보지 않으면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림픽의 영광도 덧없이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다음 4부에서는 그리스의 철학자들과 웅변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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