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들은 제국이 확장되면서, 새로운 신들을 접하게 될 때마다 형태만 다를 뿐이지 자신들이 이미 알고 있는 신들과 동일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기에 로마의 통치자들은 타국의 종교도 없애지 않고 용인하고 받아들였는데요 그렇기에 로마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게 되었습니다. 로마인은 종교란 한 신만 숭배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동시에 여러 신들도 숭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본래 믿었던 신들 가운데 최고의 신은 주피터였으며 그 신을 옵티머스 막시무스라고 불렀으며 그의 누이이자 부인인 주노와 딸인 미네르바 등 다양한 신들을 숭배했습니다. 심지어 추상적인 개념을 심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했는데요 이를테면 팍스는 평화, 살루스는 건강, 푸디키티아는 정숙과 순결 등 여러 신을 섬겼습니다. 기원전 2세기 말경부터 로마인들은 자신들의 주요 신들을 그리스의 신들과 같다고 믿게 되어서 주피터와 제우스, 주노와 헤라 이렇게 같은 신격으로 동화시켰고 그리스 신화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이 섬겼던 여러 신과 관련된 전시물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보이는 동상은 기원 2세기 경에 벳 스안의 중심에 지어진 커다란 목욕탕에 장식되어 있던 아프로디테 여신(로마의 비너스) 조각상입니다. 아프로디테는 다산과 미와 사랑을 주관하는 신이며 고대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의 이슈타르와 시로페니키아의 아스타르테와 자매 격으로 생각되는 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성신의 최고의 불륜남이 제우스라면 여성신 최고의 불륜녀는 아프로디테인데요 음란한 아프로디테라는 의미인 아프로디테 포르네라는 별명까지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신은 널리 숭배받던 신이기도 했는데요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기에 그러하였습니다.
지금 보이는 동상은 벳세안에서 널리 숭배된 디오니소스(Dionysus) 석상이데요 도시의 대신전에서 발굴되었습니다. 그는 포도주뿐만 아니라 광기, 축제, 풍요, 야성, 다산의 신이기도 한데요 디오니소스를 고대 그리스에서는 종종 해방자라는 의미의 엘레우테리오스(Eleutherius)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디오니소스 가지고 특징인 축제, 포도주와 같은 것들이 사회에서 소외된 하층민들에게 사회적 제약이 없이 해방감을 주기 때문인데요 이 신은 이후에 로마 신화의 바쿠스와 동일시되면서 나중에는 과격한 축제 행위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이교 숭배 행위를 금지하면서 이러한 축제 역시 점점 쇠퇴해졌습니다.
벽에 보이는 전시물은 그리스의 행운의 여신 티케(Tyche)입니다. 티케는 로마의 포르투나(Fortuna)와 동일시 되는 신으로 운명, 기회, 행운과 번영의 신이며 헬레니즘 시대부터 비잔틴 시대까지 여러 도시에서 번영의 의미로 숭배되던 대상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프로디테와 제우스 혹은 헤르메스의 딸이면서 행운의 신이기에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림픽에서 덜 연습하는 사람들에게 승리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기원전 4세기에 알렉산더 대왕 정복 전쟁을 기점으로 헬레니즘 문화가 퍼지면서 홍수나 가뭄 혹은 급변하는 정치적인 사건까지 티케와 관련이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지중해 연안에서는 티케를 숭배하는 신전이 많이 세워졌는데요 거의 모든 도시에는 티케 석상이나 부조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헬레니즘 시대에 새로 건설된 도시에서 티케는 종교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으로도 사용이 되는데요 지중해 연안의 페르가몬(버가모), 코린토스(고린도), 스미르나(서머나), 카이사레아 등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을 받은 도시들과 로마의 식민지로 건설된 많은 도시들에서도 티케 여신상이 세워졌습니다.
지금 보이는 투구를 머리에 걸치고 있는 조각상은 전쟁의 신 아테나(Athena)의 두상입니다. 로마에서는 미네르바(Minerva)라고 불리는 이 신은 정의와 지혜, 지성, 평화, 전쟁, 무력, 공예, 학문, 법 등 정의감 투철한 전사이며 아테네의 수호신입니다. 영국 박물관(대영 박물관) 그리스편 1부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숭배되던 대상 역시 아테나 여신이었습니다. 이 파르테논 신전 안에는 상아와 금으로 된 12미터 높이의 여신상이 있었는데요 높이 20미터나 되는 또 다른 신상이 아테네에 세워져 있어서 바다에 떠 있던 배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고 전해집니다. 고대에 아테네를 방문했다면 웅장한 아테네의 신전과 조각상들을 봤을 텐데요 지금은 대부분 파괴되어 소수의 아테나 신전의 유적만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네요.
지금 보이는 전시물은 에베소스에서 숭배되던 아르테미스 여신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아르테미스의 모습은 그리스 여신의 모습이나 의미가 많이 다른데요 소아시아에서의 아르테미스는 다산의 여신으로 지금 보이는 석상처럼 많은 젖가슴과 계란, 희생된 수소의 고환 등 다양하게 해석되는 장식들로 치장된 모습입니다. 그리고 미라 같은 하반신은 다양한 상징물과 동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에베소스의 아르테미스는 다른 민족의 주요 여신과 결합되어서 프리지아의 키벨레나 페니키아의 아스다롯(이슈타르) 등 다산을 의미하는 지역 여신들의 특징을 담고도 있습니다. 에베소스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아르테미스 신전이 있었는데요 아르네미시온월(3-4월)의 대축제때는 수십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에베소스를 찾기도 하였습니다. 성서에서도 이 아르테미스에 대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요 사도행전 19:23-28에서는 에베소(에베소스)에서 아르테미스 신전 모형 장사를 하는 은세공업자들이 손으로 만든 형상들은 신이 아니라고 가르치는 바울에게 화가 나 소란을 일으키는 내용이 나옵니다.
지금 보이는 전시물의 왼쪽은 헤르메스의 모습이며 오른쪽은 사티로스의 모습입니다.
헤르메스는 로마의 메르쿠리우스 즉 머큐리(Mercurius)와 동일시 되며 제우스의 아들로서 상업, 능변 체육, 꿈의 신으로 간주되며 도둑과 나그네와 상인의 수호신입니다. 헤르메스는 케리케이온(Kerykeion)이라 불리는 뱀 두 마리가 있는 지팡이와 지금 보이는 것과 같은 챙이 넓은 모자 혹은 페타소스(Petasos)라는 날개 달린 모자와 날개 달린 샌들을 신고 인간과 신의 세계 사이를 빠르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신입니다. 또한 헤르메스는 사후 세계에서 ‘영혼 안내자’의 역할도 하는데요 그 기원은 그리스 시대 이전부터 전해 내려 온 신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빌로니아의 이슈타르(Ishtar)와 인간의 중재자 역할을 한 신인 닌기시다(Ningishzida)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신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 신은 성서에도 나오는데요 사도행전 14:12에서 헤르메스를 숭배하던 리스트라의 사람들은 바울을 신들의 사자이며 웅변의 신이라 믿고서 헤르메스라고 불르기도 하였습니다. 흥미롭게도 설명하다, 해석하다의 의미인 고대 그리스어 헤르메뉴오는 헤르메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티로스는 로마의 파우누스(파운:Faun)와 동일시되는 신이며 상체는 인간이지만 하반신은 염소이고 머리에는 뿔이 있습니다. 술의 시인 디오니소스의 시종인데요 음담패설이 특기이고 포도주, 음악, 춤, 여성을 사랑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항상 벌거벗은 몸으로 돌아다니며 때때로 자위행위외 수간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사티로스 희곡으로 알려진 연극 장르가 있어서 외설적이고 음담패설이 있는 연극을 하기도 했는데요 서양 미술에서 자주 묘사되는 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신의 성격으로 고대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한 칠십인역이나 라틴어 불가타역의 번역자들은 염소 모양의 악귀를 가리킬 때 사티로스로 번역하기도 하며 일부 번역판에서는 있는 털이 덥수룩하게 나 있는 동물로 번역된 이사야 34:14의 사이르(염소)라는 단어를 사티로스(염소 모양의 악귀)로 번역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사야 34:14의 사이르는 문맥을 고려해 볼 때 그저 염소이거나 악귀를 연상하게 하는 동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4부를 통해서 로마 통치하의 유대지역 유물들을 더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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