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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 장소

방구석 투어 / 독일 베를린 박물관 섬 - 그리스편 1부

by 톡톡오늘 2022. 2. 15.

예전에는 고대 그리스어를 희랍어(希臘語)라고 불렀는데요 헬라어 혹은 헬라스어를 한자로 말하다 보니 희랍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헬라스(Hellas)라는 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헬렌(Hellen)에서 기원했는데요 헬렌의 부모는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데우칼리온(Deucalion)과 퓌라(Pyrrha)의 자녀입니다. 그에 대한 신화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인류와 육지 동물의 멸종을 목표로 대홍수를 일으키는 제우스의 계획을 알게 된 다른 신 프로메테우스(Prometheus)가 그의 인간 아들 데우칼리온에게 큰 배를 만들어 타고 도망치라고 알려주었고 데우칼리온은 곧장 배를 만들어 아내 퓌라를 데리고 타게 되었습니다. 이후 9일 밤낮 비가 계속되어 인류가 모두 죽게 되었고 파르나소스 산에 걸친 방주에서 내려 살아남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신에게 제사를 지내게 됩니다. 이들은 살아남은 이후에 인류의 조상이 되었고 이들이 낳은 아들 헬렌(Hellen)은 고대 그리스 왕가의 시초가 됩니다. 이러한 설화는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내용과 상당 부분 유사한데요 영국 박물관(대영 박물관)에서 보았던 아시리아나 바빌로니아를 비롯해서 세계 각지에 대홍수 설화가 퍼져 있다는 것이 흥미롭네요.

이제 베를린 박물관섬에서 가면 베를린 돔과 루스트 정원 사이를 지나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구박물관(Altes Museum)을 가보겠습니다. 여기 베를린 구박물관 1층에서는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유물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제 왼쪽으로 외곽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유물들을 찾아보겠습니다.

서관(West Hall)으로 통하는 중간에 에트루리아 관이 나오는데요 왼쪽 벽면에는 독일 고고학자들의 유물 수집을 위한 350년간의 노력에 대해 소개하는 연대기가 있네요. 이 방을 지나서 보이는 서관(West Hall)에서 초기 그리스 시대 유물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헬레니즘 문화를 받아들인 로마의 문화는 그리스 문화와 함께 가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 알렉산더의 정복 전쟁 이후로 그리스 언어와 예술, 문화가 지중해 동부로 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동시에 그리스에서 아테네는 헬레니즘의 중심 역할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소아시아와 페르가몬, 안디옥과 같은 곳으로 그리스 문화의 중심이 바뀌게 되었는데요 로마인에 의해서 그 헬레니즘 문화가 복제되는 과도기의 유물을 이 방에서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보이는 부조가 그런 영향을 받은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부조는 태양신 헬리오스(Helios)의 부조입니다. 헬리오스는 4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동쪽에서 떠올라 서쪽으로 가는 여행을 반복하는데요 헬리오스는 그리스 1세대 태양신이며 2세대는 아폴론인데 로마 시대에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스 본토에서는 헬리오스 숭배가 크지 않았지만 로도스 섬에서는 주요 신으로 숭배되었고 로마에서도 태양 숭배 사상으로 인해서 제우스와 이후에는 아폴로와 동일시되며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로마의 솔(Sol) 신과 동일시되었는데요 솔은 라틴어로 태양을 의미합니다. 로마 제국에서는 태양신 숭배가 매우 활발했고 로마 황제 가운데는 태양신 사제와 겸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아우렐리아누스 황제 시절부터 태양신을 국교로 삼고 로마의 종교적 통합을 이루려고 하였습니다. 태양신 헬리오스는 무적의 태양신 솔 인빅투스(Sol Invictus)로 발전하게 되는데요 동지가 가까운 12월 25일은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때였기에 로마의 황제였던 율리아스는 ‘헬리오스 왕에게 바치는 찬송가’(Hymm to King Helios)에서는 솔에 대한 축제를 12월 하순에 열기 시작하였습니다. 무적의 태양신이 만물의 소생의 시작을 알린다는 의미로 기념하였는데요 이 날은 4세기 중반부터 교황 율리오 1세가 기독교의 전파를 용이하기 위해 크리스마스로 발전시키게 되었습니다.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 밑에서 발견된 커다란 묘에서는 예수가 실제로 ‘태양 전차를 끄는 말들을 몰며 하늘을 누비는’ 아폴로로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복도를 따라 가다보면 왼쪽에 작은 두상이 보이는데요 이 인물은 그리스 철학자 중에 한 명인 에피쿠로스(Epicurus)입니다. 에피쿠로스는 기원전 341년 아테네의 식민지였던 사모스 섬의 아테네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데모크리토스, 아리스푸스, 피로와 냉소주의자들의 영향을 받아 에피쿠로스 학파를 창시하게 됩니다. 에피쿠로스는 신은 존재하지만 인간사에는 관여하지 않으며 사람들이 윤리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그는 경험주의자였기에 감각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지식 원천이라 믿었습니다. 그의 철학은 초기에는 논란도 많았지만 인기도 많았고 로마 공화정 말기에는 인기가 절정에 달하게 되었는데요 그의 윤리학의 핵심을 요약하면 1. 신을 두려워하지 말라 2. 죽음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3. 좋은 것은 얻기 쉽다 4. 무서운 것은 견디기 쉽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에피쿠로스 학파는 쾌락을 얻는 것 특히 정신적 쾌락을 얻는 것은 인생에서 최고의 선으로 여겼는데요 지금은 에피쿠로스 학파가 사라지고 없지만 현재가 인생의 전부라는 비슷한 견해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치관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지금 보는 부조에는 죽은 의사와 뱀이 묘사되어 있는데요 이 뱀은 재생의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도 대한의사협회나 국군의무사령부 등 여러 나라의 의사 협회와 단체의 로고를 보면 지팡이에 한마리의 뱀이 감긴 로고를 의학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기원은 신성한 뱀을 기르던 고대의 병 치료 신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고고학 자료들은 그런 뱀들에게는 “생명 소생과 건강 회복의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뱀이 탈피할 때마다 마치 가죽을 벗고 스스로 환생하는 것처럼 보였기에 불사신으로 보기도 했고 뱀이 꼬리를 물어서 원을 형성하고 감을 때 나선을 형성하는 것이 관찰되기에 종종 불멸과도 관련이 있는데요 이집트 신화에서는 태양 신 라(Ra)로부터 유래된 암두아트(Amduat) 뱀으로 묘사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신화와 우주론은 수메르 문화에서도 치유의 상징으로 나오며 그리스에까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함무라비 법전에서의 니나즈(Ninazu) 신은 치유의 신으로 묘사되고 그의 아들인 닌기시다(Ningishzida)는 뱀과 지팡이 기호로 식별되기도 합니다. 그리스의 아스클레피오스는 3부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보는 조각상은 둘 다 알렉산더 대왕의 초상인데요 왼쪽은 기원전 150년경에 소아시아 프리에네에 있었던 초상이네요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복제품인데요 오른쪽에 있는 두상도 로마 시대에 복제한 알렉산더 초상입니다. 로마인들은 알렉산더를 많이 존경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알렉산더 대왕의 시신에 경의를 표하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모습의 그림이 있기도 합니다. 로마인들은 알렉산더에 의해서 동방의 영토로 무역과 항해가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경의를 표하기도 했는데요 알렉산더가 죽은 직후 그를 둘러싼 신격화가 로마 시대에도 계속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그러합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알렉산더의 전기를 읽으면서 그의 치적에 대해 감탄하며 울었다는 기록도 있는데요 실제로 많은 로마의 장군들은 알렉산더의 승리와 전략에 대해 연구하고 그의 전술을 교본으로 삼기도 하였습니다.

붉은 벽 너머로 복도를 따라 가면 방의 가장자리에 다음과 같은 미니어쳐가 보이는데요 이 장소는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남쪽 비탈에 있던 디오니소스 원형극장입니다. 이 극장은 디오니소스 신을 기리는 축제에 사용된 야외극장인데요 기원전 4세기 후반에 아테네의 리쿠르고스(Lykurgus) 집정관이 지었습니다. 이 극장은 15,000-16,0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1열의 67개 대리석 좌석에는 각각 사용하려는 사람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으며 초기에는 직사각형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무대 뒤로 벽이 세워졌고 뒷공간에는 대기실도 존재했었습니다. 기원전 86년에 술라의 침략으로 극장 전체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네로 황제 시절에 다시 재건되었고 대리석으로 포장된 반원형으로 무대가 확장되었습니다. 이 극장에서는 매년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엘라페볼리온(Elaphebolion)달에 위대한 디오니소스 축제(Great Dionysia Festival)가 열렸습니다.

원형 극장 왼쪽에 보이는 조각상은 2세기 초에 로마 시대에 복제된 그리스 조각상인데요 어쩌면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연기했을지도 모를 파포실렌(Papposilen)으로 분장한 배우의 모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포실렌은 실레노스가 옷을 입은 특정한 모습을 가리키는데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스승이기도 합니다. 서 있는 석상은 양가죽으로 만든 몸에 꼭 맞는 옷으로 야성적인 인상에 거친 수염과 머리카락을 가진 뚱뚱한 남자인데요 눈과 입은 연극용 마스크를 쓴 것과 같은 모습이고 손과 발은 털이 없는 상태로 보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서 파포실렌으로 분장을 한 배우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파포실렌은 디오니소스의 측근인데요 디오니소스 숭배와 관련이 있기에 연극에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제 2부에서 다음 전시관으로 넘어가서 다른 유물들을 계속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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