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시대 가운데 로마 시대의 그리스(Greece in the Roman era)라는 시기가 있는데요 기원전 146년 코린토스 전투에서 로마가 승리한 이후 기원 330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비잔티움을 새로운 로마 제국의 수도로 삼을 때까지의 시대를 말하고 있습니다. 기원전 146년 마케도니아가 로마 속주로 편입되고 그리스 반도는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요 로마 문화가 오히려 그리스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되면서 이 지역은 제국의 중요한 동부 속주가 되었습니다. 또한 그리스어는 로마 제국의 공용어가 되었는데요 호라티우스는 ‘정복된 그리스가 자신의 정복자(로마)를 정복했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로마의 전쟁 영웅들은 그리스 철학과 문화, 과학을 좋아했지만 로마 귀족들은 그리스인들을 멸시하기도 했는데요 대부분의 로마 황제들은 그리스 문화를 좋아하였습니다.
그런데 페르가몬 박물관에도 이 시기를 관통하는 두 공간이 있는데요 바로 페르가몬의 제우스 대제단과 밀레투스의 시장 문이 있습니다. 하지만 페르가몬의 제우스 대제단은 기원전 150년경에 소아시아(터키)의 고대 그리스 도시인 페르가몬(버가모)의 고지대에 세워졌고 밀레투스의 시장 문은 기원 120년경에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통치 기간 동안 세워졌기에 두 전시물을 구분해서 그리스 편에서는 페르가몬과 마그네시아에 있던 제우스 신전만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밀레투스 시장 문은 로마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제우스 대제단이 있는 전시관에 들어오자마자 전시장 구석으로 갈 텐데요 지금 보이는 모습은 모서리에서 보이는 제우스의 대제단 전체 모습입니다. 기원전 2세기 전반기에 고대 그리스(페르가몬) 왕 에우메네스 2세의 통치 기간 동안 소아시아 페르가몬 아크로폴리스 테라스 중 하나에 세워진 기념비적인 건축물입니다. 이 구조물의 가로 35.64미터이고 세로 33.4미터입니다. 앞에 있는 계단의 폭이 거의 20미터인데요 기가스(거인족)와 올림포스 신들 사이의 전투를 보여주는 부조들로 장식이 되어 있습니다. 기원전 3세기 초에 필로테로스가 세운 페르가메네 왕국은 알렉산더 사후에 4개로 분할된 왕국 가운데 하나인 셀레우코스 제국의 일부였는데요 기원전 228년에 아탈루스 1세는 갈라티아인들에게 승리를 거둔 이후로는 완전한 독립을 선언하고 스스로 왕이 되었습니다. 이후 셀레우코스 왕조가 점점 약해지면서 소아시아의 신흥 강국으로 부상하게 되는데요 페르가몬을 행정의 중심지로 삼고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비길 만한 거대한 도서관을 세우기도 하였고 인상적인 건물의 건설을 통해서 외부 세계에 그들의 중요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열망도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입구로
다시 전시관으로 들어온 입구로 돌아가면 페르가몬 아크로폴리스의 1:300 크기 모형의 서쪽 모습입니다. 오른쪽에 거꾸로 된 ‘ㅂ’ 자음 모양의 건축물이 현재 보이는 페르가몬 제우스 대제단입니다. 이 제우스 대제단은 건축물 내부에서는 제물을 태운 흔적이 발견되었는데요 고대 종교 건물의 일반적인 통념인 신전이 아니라 신전의 제단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왼쪽에 야외극장이 보이는데요 극장 위에 있는 건축물이 아테나 신전이고 바로 뒤의 광장이 ‘신성한 광장’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광장을 끼고 둘러서 누워있는 ‘ㄷ’ 자음의 건물의 아랫부분이 페르가몬 도서관인데요 ‘ㄷ’을 쓸 때 ‘ㄴ’의 시작 지점쯤에 아테나 폴리아스의 성소로 들어가는 기념비적인 입구가 있습니다. 이 입구는 다음 전시관에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페르가몬 종교의 특징 가운데는 황제에 대한 숭배가 있었는데요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를 숭배하기 위한 웅장한 신전을 세웠는데 이곳에는 황제 숭배를 위해 바쳐진 신전이 있는 최초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이후 트라야누스 황제와 세베루스 황제 시대에 이곳에 그러한 신전이 두 개 더 건축되었는데요 도서관 왼쪽으로 있는 거대한 신전은 트라야누스 신전입니다. 제우스 신전과 비교해봐도 엄청난 규모였음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페르가몬은 제국 초기에 황제 숭배의 으뜸가는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로마 황제 숭배는 제국이 정복한 다양한 국가들을 모두 하나의 공통된 신 아래 결집시키는 정치적인 역하을 하였을 것이고 그러한 나라들은 각기 자신의 지역이나 국가의 신을 숭배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모두 황제도 함께 숭배해야 했습니다. 트라야누스 신전 아래 극장 왼편으로는 디오니소스 신전도 있는데요 이처럼 많은 신전이 있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소규모 신전이 페르가몬에 세워졌습니다.
이제 벽에 있는 부조들 가운데 일부 부조만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안쪽부터 보면서 나올 텐데요 지금 보는 부조에서 사자를 타고 있는 여신은 레아입니다. 레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의 신 후라누스의 아들인 티타네스의 딸인데요 ‘신들의 어머니’로도 알려져 있어서 유사한 신인 가이아 혹은 키벨레와 많은 연관이 있습니다. 고전 그리스인들은 레아를 올림포스 신들과 여신들의 어미니로 여겼고 레아에게 헌정된 신전이 그리스 여러 지역에 세워졌습니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 미술에서 등장하는데요 왕관을 쓰고 사자를 타고 있거나 사자의 모습이 있는 왕좌에 앉아 있거나 사자가 끄는 병거를 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레아 혹은 키벨레에 대한 숭배를 어머니 숭배의 관습으로 발전시키는데요 소아시아 전역에서는 3월 15일에 행해졌습니다. 이후 미국에서는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던 이 날을 어머니들을 공경하고자 하는 공식 행사로 5월 둘째 주 일요일로 정하고 지금까지 기념하고 있는데요 세계 전역에서 일반적으로 3월 혹은 5월에 이러한 어버이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제 부조를 따라 반대편까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는 두 신이 있는데요 포이베(Phoibe)와 그녀의 딸 아스테리아(Asteria)입니다. 이들은 그리스의 티탄(Titan) 신족에 속하는 부류인데요 올림포스 이전 세대에 존재했던 신들인데 이들 대부분은 이후 제우스와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패배하고 상위 세계에서 쫓겨나 하데스보다도 훨씬 아래 있는 타르타로스라는 지하 감옥으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묘사되어 있는데요 흥미롭게도 타르타로스를 성서에서도 알려주고 있는데 베드로 후서 2:4과 에베소 6:10-12 등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특히 베드로 후서 2:4의 동사 ‘타르타로오’는 ‘타르타로스에 던지다’라는 의미가 있는데요 사람을 가두는 장소가 아니라 초인간적인 피조물을 가두는 장소로 묘사되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이제 제우스 대제단 정면이 보이는 부조를 따라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간에서 조금 더 가면 다음과 같은 부조가 보이는데요 이 부조에서 왼쪽에서 두 번째에 서 있는 인물이 제우스(Zeus)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일부 신들이 제우스가 탄생하는 것을 바로 이 페르가몬 도시가 세워진 언덕에서 지켜보았다고 하는데요 아크로폴리스에 자리 잡게 된 이 거대한 제우스 대제단은 당대 불사가의 중 하나로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제우스를 숭배하는 사람은 다른 신들을 섬길 수 있었지만 그러한 신들을 제우스에 종속된 신으로 보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4세기 로마에서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로는 다신교 숭배를 억압하면서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고 7세기에는 아랍인들이 이 지역에 들어오면서 페르가몬을 요새화 하는 과정에서 대제단의 돌들을 건축 자재로 재사용하여 부분적으로 파괴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오랜 기간 잊힌 상태로 있다가 터키 지역에 건설 용역으로 있던 독일의 칼 휴먼이 뭔가를 발견한 후에 1871년 베를린의 에른스트 쿠르티우스와 몇몇 다른 독일 학자들을 초청해서 페르가몬에서 발견한 제단의 일부 부조들을 베를린으로 보냈고 이후 베를린 왕립 박물관 소장인 알렉산더 콘체와 칼 휴먼의 지원 아래 오스만튀르크의 허가를 받아 1878년부터 대대적으로 발굴을 시작해서 1879년에 많은 부조와 조각들을 베를린으로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부조들만 하더라도 소개할 것들이 많이 있는데요 이어지는 7부에서 나머지 유물들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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