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투어 / 독일 베를린 박물관 섬 - 로마편 1부

로마 제국이 분열되고 멸망하면서 수많은 유럽의 국가들이 로마 제국을 계승했음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뭔가 로마라는 타이틀이 유럽의 패권 국가라는 느낌을 주었던 거 같은데요 동로마의 경우에는 불가리아와 라틴제국, 세르비아, 오스만 제국, 러시아 등이 그렇게 주장을 하였고 서로마의 경우에는 동로마 제국, 프랑크 왕국, 신성 로마 제국 그리고 독일 제국이 있습니다. 그들은 민족이나 문화적 계승이 아닌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계승했음을 주장했는데요 1871년에는 독일을 통일한 독일 제국이 카이저(카이사르)라는 칭호를 사용하면서 신성 로마 제국의 뒤를 이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주장이 비판도 많았는데요 가톨릭 군주가 통치하는 서로마 제국과 신성 로마 제국과는 다르게 독일 황제는 프로테스탄트였으며 여러모로 부실한 통일이었다는 점에서 그러하였습니다. 그런 데다가 나치 독일이 독일 민족주의를 내세우면서 신성 로마 제국을 제1제국, 독일 제국을 제2제국, 나치 독일을 제3제국으로 주장하며 독일계 국가들을 통일하려 하였습니다. 그리고 비록 나치 독일이 로마의 후예라 자처하지를 않았지만 결국 이러한 상황들이 로마 제국의 후예라는 앞선 이들의 주장을 금기시하게까지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상황으로 인해서 로마 시대의 유물들을 많이 수집하고 전시하기도 했는데요 이제 베를린 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물이기도 한 로마의 유물들을 하나씩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베를린 섬의 구 박물관(Altes Museum) 1층에 있는 유물 몇 점을 보고 2층으로 올라가도록 하겠습니다.

1층에서 시계 방향으로 전시관을 돌면 가장 먼저 지금 보이는 석관은 기원전 40년경에 제작된 석관인데요 석관의 주인은 부유한 귀족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석관에는 화환과 제물이 된 소의 두개골과 희생 제물이 담긴 항아리가 그려져 있어서 신을 기리는 제사를 상기시키고 있는데요.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때부터 시작된 이러한 황소 숭배는 소아시아에서 영향을 받아 이러한 모양의 석관이 로마 제국에까지 이어졌습니다. 로마 제국의 종교적 관습에는 황소가 시민과 국가의 안녕을 위해 희생되는 관행이 있었는데요 그러한 관행을 타우로볼륨(Taurobolium)이라 불렀습니다. 또한 키벨레 여신 숭배 혹은 미트라교와도 관련이 있으며 12 궁도의 황소자리가 점성학적으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에 신에게 바치는 희생물로서 황소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다시 시계 방향으로 반 바퀴를 돌아 중앙홀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 홀은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판테온(Pantheon)이라는 신전을 본떠 만든 곳인데요 다신교 국가인 로마 제국에서는 특정 신이 아닌 모든 신에게 헌정하는 신전으로 건축되었습니다. 판테온이라는 말 자체도 ‘모든 신을 위한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돔 형태의 건축물이고 규모로도 미국 국회의사당 중앙돔보다도 크게 되어 있는데요 기원전 27년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에 아그리파에 의해 지어진 건축물을 기원 125년에 하드리아누스가 재건하면서 현재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천장에는 돔 안쪽에 사각형 모양의 홈을 다섯 층으로 28개씩 일정하게 파내었는데요 돔의 중량을 감소시키면서 안정적인 구조로 되었고 가운데 구멍을 뚫어서 구조적으로 힘을 분산시키도록 되어 있습니다. 가운데 직경 9미터의 구멍은 오쿨루스(Oculus)라 불리는데 태양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철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에 말총을 섞어서 인장력을 보강하고 화산재를 섞기도 했는데요 콘크리트 수명이 일반적인 건축물보다 더 긴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판테온은 현재 로마 가톨릭 교회로 바뀌게 되었는데요 기원 609년에 교황 보니파키우스 4세는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는 이 신전을 그리스도교의 교회로 재 봉헌하였고 지금은 산타마리아 로툰다 교회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도 합니다.

이제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를 다 돌아서 2층으로 올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다시 한 바퀴 돌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통해 박물관 정면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시관 입구에서 들어서자마자 왼편을 보면 다음과 같은 에트루리아 군복과 무기가 나오는데요 이들의 문화와 무기 등은 이후 로마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12개 도시가 연맹체를 형성하고 서로 협력하였는데요 마치 한반도의 가야 문화를 비슷하게 연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은 구리와 철을 채광하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되었는데요 이탈리아 반도와 서부 지중해에 영향력이 확대되었습니다. 이들은 사르데냐와 스페인, 코르시카 해안을 따라 식민지를 건설하였고 카르타고와도 동맹을 맺으면서 지중해를 따라 확장했던 그리스인들과 충돌하게 되었는데요 기원전 540년경에는 코르시카 해안에서 그리스인과 에트루리아, 카르타고 연합군과의 일전인 알라리아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전쟁에서 그리스는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에트루리아, 카르타고 연합군은 전략적으로는 승리를 거두어서 결국 그리스가 이탈리아 반도의 서쪽에서 영향력을 잃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에트루리아를 국가적으로 문화적으로 계승한 로마인들은 이탈리아 주변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었습니다.

에트루리아의 장신구와 예술품들은 기원전 9세기와 2세기 사이에 주로 생산되었는데요 테라코타와 벽화 및 금속 세공 등의 조형물들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주조된 청동 작품들은 고대에도 유명하였고 널리 수출되었습니다. 이들은 호화로운 것을 좋아했기에 귀고리나, 브로치, 늘어뜨린 장식이나 팔찌, 목걸이를 포함해서 사치스러운 금 장신구들도 만들었으며 정교한 명품들도 많이 만들었는데요 귀금속으로 술잔과 식기, 컵, 식기 세트 등을 만들었고 상아와 같은 그 밖의 고급 재료로 만든 조각품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많은 조각과 예술 작품, 벽화 등이 발견되면서 어떠한 삶을 즐겼는지도 밝혀지고 있는데요 이들은 전차 경주, 권투 경기, 레슬링 경기 등을 관람하기를 좋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리스인들이나 로마인들과는 대조적으로 여성들도 사회적으로 평등한 지위를 누렸는데요 그들은 재산을 소유할 수 있었고, 사교 행사를 즐겼으며 이름과 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은 그들이 법적 권리를 행사할 권한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였습니다.

다음 전시관으로 넘어가서 지금 보는 것은 에트루리아 무덤의 유골함인데요 이들은 시체를 매장하거나 화장하였고 화장할 경우 지금 보는 것과 같은 다양한 형태와 모양의 유골 단지에 재를 넣었습니다. 에트루리아 인들은 다른 어떤 민족들보다도 종교 관습에 열심인 민족이었으며 매우 많은 신을 숭배했는데요 삼위일체 신을 특히 좋아해서 각각의 방마다 개별적인 신의 형상을 두는 삼중 신전을 짓기도 하였습니다. 이들은 장례 의식을 거행할 때 제물 등을 바치면서 저승 생활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과 함께 유골 단지를 무덤에 안치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석재 유골함은 그리스의 관습을 모방한 것이기도 한데요 에트루리아 남부 지역의 무덤에는 큰 규모의 고분 아래 암석을 깎아 만든 큰 방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에트루리아 건축물이 비교적 알려진 바가 없는데요 에트루리아의 건축 양식은 일반적으로 그리스-로마의 고전 건축의 일부로는 간주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조각은 기원전 5세기의 한 에트루리아 청년의 석관입니다. 이러한 석관 형태는 지중해의 예술 양식을 따르는 모습으로 볼 수 있는데요 기원전 7-6세기부터 지중해의 다양한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기원전 6세기 말부터는 그리스 이오니아와 이탈리아의 그리스 식민지로부터 수입품들이 들어오면서 에트루리아 예술이 발전하게 되었는데 특히 장례 문화와 관련된 예술품들이 많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5세기 중반부터는 이러한 의인화된 조각품들로 바뀌게 되는데요 앉아있는 여성이나 누워있는 남성의 모습들로 조각되기도 하였습니다. 에트루리아 인들의 기원에 대해 주로 세 가지 설이 있는데요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에트루리아인이 소아시아(터키) 리디아 지역에서 왔다고 말하며 DNA 연구도 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팔레스타인(블레셋) 사람들과 같은 조상으로 보이는 사람들로 추정하기도 하며 세 번째로는 인도의 타밀인이 믿는 종교(힌두교)와 무덤 조각, 습관들을 볼 때 같은 조상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이 내용을 종합해보면 에트루리아 인의 기원은 소아시아에 리디아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고 이 지역에서 인도, 팔레스타인, 이탈리아로 이동한 것이라는 설인데요 이러한 의견들도 시간이 지나면 밝혀지리라 생각이 됩니다.

2부에서 에트루리아 문명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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